🙅‍♀️모범생이었던 딸의 위험한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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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다음 날 집에 돌아온 딸을 추궁하자, 제니퍼는 그제야 자원봉사도, 약리학 과정 이수도 거짓말이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동안 머문 건 친구의 집이 아닌 애인 대니얼의 집이었다는 것도요. 하지만 제니퍼는 그녀가 대학 입학 자체를 하지 않았다는 것과, 고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했다는 것은 말하지 않았습니다. 

스물네 살이 된 제니퍼는 성인이 된 이후의 모든 삶이 거짓이었던 것입니다. 제니퍼의 부모는 (아직 모든 진실이 드러나지 않았다는 것도 모르고) 큰 충격을 받죠. 바로 딸에게 남자친구와 헤어지거나, 영원히 집에서 떠나라고 합니다. 제니퍼는 남자친구를 너무나 사랑했지만, 부모의 말을 거역할 수 없었습니다. 

제니퍼는 비밀스럽게 남자친구를 만나긴 했지만, 관계는 계속 지속되지 못했습니다. 남자친구 다니엘은 다른 여성과 교제를 시작했습니다. 제니퍼는 다시 거짓말을 합니다. 경찰로 위장한 남성들에게 집단으로 성폭행당했으며, 우편으로 총알이 배달된 적이 있다고 다니엘에게 이야기합니다. 모두 다니엘의 새 여자친구의 짓이라고 꾸며댄 것입니다. 

거짓말은 습관처럼 계속되었던 것입니다. 미국의 선교사 조지 보드먼은 이런 이야기를 했다고 합니다. “행위를 심어 습관을 거두고, 습관을 심어 품성을 거두고, 품성을 심어 운명을 거둔다.” 거짓을 심었던 제니퍼는 결국 거짓된 품성을 가진 사람이 된 것만 같습니다. 어떤 운명을 거두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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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1월 8일 오후 10시쯤, 온타리오주 유니온빌에 있는 제니퍼의 집에 세 남자가 들어오면서 비극이 벌어집니다. <토론토 라이프>의 기사를 보면 당시 상황이 자세히 나옵니다. 이 기사를 쓴 카렌 호는 제니퍼와 함께 중고등학교 생활을 했다고 합니다. 그가 취재해 재구성한 당시 상황을 살펴보겠습니다. 

“그날 저녁 제니퍼는 자기 방에서 미국 드라마 ‘가십걸' 등을 보고 있었다. 그녀의 아버지는 오후 8시 30분쯤 침실로 향하기 전 베트남어 뉴스를 읽으며 거실에 있었다. 어머니는 친구들과 라인 댄스를 배우기 위해 밖에 있었다. 대학에서 엔지니어링을 공부하던 남동생 펠릭스도 집에 없었다. 오후 9시 30분쯤, 어머니가 집에 돌아와 파자마로 옷을 갈아입고 거실에서 TV를 봤다. 제니퍼에게 데이비드란 남자가 전화를 걸었다. 다니엘의 친구인 크로퍼드의 지인이었다. 둘은 2분 정도 통화했다. 제니퍼는 1층으로 내려가 부모에게 인사했다. 제니퍼가 나중에 인정했지만, 이때 제니퍼는 출입문 잠금장치를 열었다. 오후 10시 2분, 2층 공부방의 조명이 켜졌다가 1분 뒤 꺼졌다. (침입자들에게 보내는 신호로 추정됐다.) 데이비드는 다시 제니퍼에게 전화했고 3분 30초 정도 통화했다. 잠시 후, 3명의 침입자가 출입문을 열고 들어왔다. 모두 총을 들고 있었다. 한 사람은 제니퍼의 어머니에게 총을 겨누고, 다른 사람들은 계단으로 올라가 아버지에게 총을 휘두르며 1층으로 내려가 거실로 가라고 지시했다. 

한 침입자가 제니퍼의 2층 방 밖에 서있었다. 제니퍼에 따르면, 이 침입자는 제니퍼의 팔을 신발 끈으로 묶고, 뒤에서 그녀에게 지시해 2500달러를 받아냈고, 다시 부모의 방으로 가 1100달러를 가져갔다. 그리고 다시 부엌을 뒤져 지갑을 찾았다.

‘저 사람들이 어떻게 집에 들어온 거야?’ 제니퍼의 어머니가 남편에게 광둥어로 말했다. ‘나도 몰라 자고 있었다고.’ 남편이 말했다. ‘닥쳐. 말하지 마!’ 침입자 중 하나가 경고했다. ‘돈 어딨어?’ 제니퍼의 아버지는 지갑에 60달러밖에 없다고 했다. ‘거짓말하면 죽어!’ 침입자가 머리에 총을 겨누며 말했다. 제니퍼의 어머니가 울며 자기 딸은 다치게 하지 말라고 빌었다. “딸은 안심해. 착하게 있으니 다치지 않을 거야.” 침입자 중 하나가 말했다.”

상황이 이해되시나요? 딸이 열어둔 문으로 무장 강도 3명이 들어와 돈을 빼앗아 가고 있습니다. 이후 경찰 조사에서 제니퍼는 침입자들이 자신을 난간에 묶어두고 부모를 지하실로 끌고 갔다고 합니다. 그리고 어머니에게 3발, 아버지에게 2발을 쏩니다. 어머니는 죽고 아버지는 중상을 입습니다. 

제니퍼는 (손이 묶여 있었지만) 어렵게 휴대폰을 꺼내 911에 신고했다고 합니다. 당시 그녀의 신고 전화는 인터넷에 공개됐습니다. “강도가 들었는데 부모를 끌고 갔다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며 집 주소를 외치죠. 멀리서 ‘살려줘!’ 하고 비명을 지르는 아버지의 목소리도 담겼습니다. 제니퍼는 공포에 질린 듯 “빨리 와달라"고 하죠. 

제니퍼의 아버지는 생명이 위독한 상태로 치료받습니다. 어머니의 장례식을 치른 제니퍼와 그녀의 동생은 경찰에 필요한 조사를 받습니다. 경찰은 사건 현장을 살펴보면서 수사를 계속하죠. 

그런데 경찰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위에 당시 상황을 설명하면서 여러분도 이상한 점을 눈치채셨을 겁니다. 우선 출입문에는 집 밖에 주차된 고급 승용차의 열쇠가 걸려있었는데, 차는 훔쳐 가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강도들은 잠긴 문을 따고 들어온 게 아니라 열린 문을 그냥 열고 들어옵니다. 보통의 강도들은 잠긴 문을 열 수 있는 쇠 지렛대(노루발못뽑이 혹은 빠루)나 훔친 물건을 담을 가방, 거주자를 묶어둘 케이블 타이 같은 것도 챙기지만 없었죠. 가장 이상한 것은 무장 강도들이 왜 가족 둘은 총을 쏘았으면서 제니퍼만 무사히 남겨뒀냐는 점이다. 목격자를 굳이 남겨놓은 이유가 무엇일까요. 두 사람에게 총을 쏜 잔혹한 이들인데도 말입니다. 경찰은 제니퍼의 행동을 감시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무렵 수사에 중요한 단서가 포착됩니다. 제니퍼의 아버지는 혼수상태에서 깨어난 것이죠. 그의 눈 근처의 뼈가 부러졌고, 제거가 불가능한 총알 파편도 얼굴에 박혀 있었습니다.  목뼈도 부러졌는데, 총알이 경동맥을 스쳐 갔습니다. 그는 놀랍게도 사건의 모든 걸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그중 모두를 혼란스럽게 하는 사실이 두 가지 있었습니다. 제니퍼가 진술한 것과 달리 범행 도중 그녀의 팔이 묶여있지 않았다는 것과 침입자들이 제니퍼와 친밀하게 ‘친구처럼' 대화를 나눴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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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퍼가 이 사건에 어떤 식으로든 연루됐다는 의심을 받게 됩니다. 이때 투입된 것이 빌 괴츠 형사입니다. 괴츠 형사는 제니퍼의 자백을 끌어내기 위해 ‘리드 테크닉’이라는 신문 기술을 사용합니다. 이 리드 테크닉은 이전에 ‘코끼리의 번역 노트’(거짓 자백을 만드는 설득의 비결)에서도 소개한 바 있습니다. 자백을 끌어내는 데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알려졌죠. 상대를 위로하고, 상대의 범행을 별것 아닌 것처럼 얘기하거나, 어쩔 수 없이 그런 일을 저지른 것처럼 합리화해 주기도 합니다. 때론 거짓말도 합니다. 캐나다에서는 경찰이 조사 과정에서 증거 수집을 위해 거짓말하는 것이 허용된다고 합니다.

괴츠는 제니퍼에게 먼저 공감을 나타내면서 그녀를 이해한다고 합니다. 그녀가 보내온 학창 시절을 거론하며 그것은 사실상 학대였고, 캐나다에서 용납될 수 없는 행동이라고 오히려 부모를 비판합니다. 제니퍼의 부모는 그녀가 의사나 약사 같은 직업을 갖게 되길 원했는데, 실제 실현 불가능한 높은 기준을 제시해 제니퍼를 압박했다며 그녀에게 공감하죠. 그러면서 조금씩 사건에 대해 이야기 합니다. 

괴츠는 제니퍼에게 부모가 살해된 사건을 ‘그 작업’(The job)이라 부릅니다. 살인 같은 자극적 용어를 가치 판단이 배제된 것 같은 중립적 표현으로 바꾸는 전략이죠. 리드 테크닉에선 용의자는 고정된 의자에 앉게 하고 수사관은 바퀴가 달린 의자에 앉도록 합니다. 수사관이 자유롭게 용의자와의 거리를 조절하며 공감하고 배척하며 상대의 심리를 압박하도록 한 것이죠. 괴츠도 그렇게 합니다. ‘우리는 모두 알고 있어. 네가 이 일에 연루됐다는 걸 알아. 과학적으로 모두 분석할 수 있어. 거짓말하면 안 돼.’ 괴츠는 압박 수위를 높입니다. 그리고 4시간 가까이 진행된 신문을 통해 제니퍼는 결국 “저는 어떻게 되는 거죠?”라고 말합니다. 자백을 시작한 것입니다.

이후 핸드폰을 분석해 제니퍼와 남자친구 다니엘 사이에 주고받은 수십만 건의 문자 메시지 등을 확보합니다. 여기서 사건의 전모가 밝혀집니다. 제니퍼가 남자친구를 통해 살인 청부를 의뢰해 부모를 죽이도록 한 것입니다. 부모를 죽이고 재산을 물려받은 돈으로 청부 대금을 치르기로 했다는 것입니다. 제니퍼는 몇 개월 전에도 자신의 고교 친구에게 살인 청부를 의뢰한 적이 있었습니다. 이때는 그 친구가 돈만 받고 연락이 두절돼 실제 범행은 벌어지지 않죠. 

2014년 제니퍼와 그의 친구들은 1급 살인, 살인미수, 살인음모 등의 혐의로 무기징역이 선고됩니다. 25년이 지난 뒤에야 가석방 심사를 받을 수 있게 되죠. 지난 5월 제니퍼에 대해 다시 재판을 열라는 판단이 나왔다고 합니다. 앞선 재판에서 1급 살인 이외의 가능성(2급 살인)은 제대로 다뤄지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유죄 판단 자체가 무효가 된 것은 아닙니다. 

어린 시절 부모의 압박을 벗어나기 위해 시작된 거짓말이 결국 부모를 죽이는 살인 청부로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부모는 물론 자신의 인생도 망쳐버리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물론 어린 시절 가진 부모에 대한 반감만이 범행의 원인은 아니었을 것입니다. 제니퍼에게 어느 시점부터는 정신적 문제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왔지만, 재판에서 제대로 다뤄지지 않아 진실은 밝혀지지 않습니다. 여러 상황이 뒤섞여 그녀로 하여금 비극적인 선택을 하도록 몰아넣은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살아남은 제니퍼의 아버지는 제니퍼가 앞으로 가족들에게 연락하지 못하도록 해달라고 요청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습니다. 아버지와 남동생은 모두 고통 속에 살아가고 있다고 합니다. 제니퍼는 남자친구와 다시 볼 수 있기를 원했지만, 법원은 이 만남도 금지합니다. 거짓말의 끝은 비극으로 마무리된 셈입니다.

🐘참고기사

1. Jennifer Pan’s Revenge by Karen K. Ho | July 22, 2015 | Toronto life
2. The story behind the confession by Jeremy Grimaldi  | Nov 13, 2016 | Toronto Star
3. The astonishing testimony of Jennifer Pan, by  Rosie DiManno | Sept 15, 2020 | Toronto Star
4. Deadly Deception, Jon Axworthy | Mar 13, 2017 | The S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