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5년 12월 14일, 대럴 파커는 점심을 먹기 위해 집에 돌아왔다. 파커는 네브래스카주 링컨에서 삼림감독관으로 일한다. 최근 아이오와주립대를 졸업한 뒤 아내와 링컨으로 이주했다. 아내 낸시는 밀가루와 국수를 만드는 회사의 영양사인 동시에 지역 방송국에서 요리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집에 돌아왔을 때 침실에서 사망한 아내를 발견했다. 아내의 얼굴은 구타당한 상태였고 팔과 다리는 묶여 있었다. 목에는 전깃줄이 감겼다. 검시관은 살해 전 그녀가 성폭행당했다고 판단했다.
파커는 깊은 슬픔 속에서 며칠을 보내야 했다. 수사관들의 신문이 끝난 뒤 아내의 시신을 아이오와의 집으로 데려와 장례를 치렀다. 또 며칠이 더 흘렀다. 아내의 가족들과 함께 슬퍼하고 있을 때, 네브래스카주 랜캐스터 카운티의 검사로부터 전화가 걸려 왔다. 새로운 정보들이 있으니 파커에게 잠시 들러 조사를 도와줄 수 있겠냐는 내용이었다. 파커가 도착하자 검사는 창문 없는 방으로 그를 데려갔다. 그곳에서 잘 차려입은 건장한 남자 존 리드를 파커에게 소개했다.
시카고의 전직 경찰 리드는 컨설턴트와 거짓말탐지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었다. 그는 범죄자들에게서 자백을 받아내는 일로 명성을 얻고 있었다. 당시 경찰들이 종종 그랬듯 피의자들을 잔인하게 압박하기보다, 인간 심리에 대한 이해와 자신의 거짓말 탐지 기법을 결합한 현대 과학을 활용했다.
리드는 거짓말 탐지기 조사를 한다고 꾀어낸 뒤 질문을 던졌다. 파커의 자리에서는 (거짓말 탐지기) 바늘의 움직임이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그가 아내의 살인사건에 대해 답변할 때마다, 리드는 그에게 거짓말을 한다고 말했다. 몇 시간이 흐른 뒤 리드는 하나의 가설을 파커에게 이야기했다. 겉보기와 다르게 파커의 결혼생활을 행복하지 않았다. 낸시는 파커와의 잠자리를 거부했고, 다른 남자와 시시덕거렸다. 어느 날, 화가 난 파커가 자신의 것을 정당하게 받아냈다는 내용이었다. 9시간에 걸친 신문을 마친 뒤, 파커는 무너졌고 자백했다. 다음 날 자백을 철회했지만, 배심원은 그의 살인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고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이 사건으로 리드는 큰 명성을 얻었다. 새로운 직원들을 고용하고, 더 많은 고객을 모았다. 그리고 더 정교한 신문 기법을 개발해나갔다. 오늘날 존 E. 리드 앤 어소시에이트(리드 컴퍼니)는 전 세계 다른 어떤 기업보다 많은 조사관을 훈련하고 있는 회사다. 리드 컴퍼니의 고객들은 경찰, 사설 보안 업체, 군부대, FBI, CIA, 비밀임무국(the Secret Service) 등이다. …. 리드 컴퍼니가 제공하는 신문 기법은 '리드 테크닉'이라고 불린다. 조사실 구성이나 수사관이 취해야 할 행동까지 현대 경찰의 신문 과정의 거의 모든 측면에 영향을 미쳤다. 리드 컴퍼니는 자신들이 훈련한 이들이 피의자들로부터 자백을 받아낸 비율이 80%에 달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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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드 테크닉은 행동 분석 신문으로 시작된다. 용의자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 판단하는 과정이다. 인터뷰는 거짓말 테스트에 기반을 둔다. 위협적이지 않은 평범한 질문들로 기준이 되는 행동을 파악한 다음, 부담이 될 만한 질문을 던진다. 이런 '행동 유발 질문' 중에는 "이런 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어떤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나요?"와 같은 것들이 있다. 또 증거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암시할 수도 있다. 리드 테크닉에선 '미끼'라고 한다. "범죄 현장에서 수집한 증거를 분석하고 있습니다. 당신의 DNA가 여기서 발견될 어떤 이유라도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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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의를 계속해서 부인하지 못하도록, 피의자들의 체면을 세워주는 대안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대화 주제를 바꿔 자백을 유도할 수도 있다. 이 과정을 "최소화"라고 부른다. 법적 책임은 거론하지 않으면서 범죄로 인한 도덕적인 측면을 별것 아닌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이다. ... 1962년 나와 현재 제5판째인 리드 테크닉 매뉴얼에는 조사관이 강간을 '최소화'하는 법을 제시하고 있다.
"조, 여자들이 밤거리를 혼자 그 여자처럼 섹시하게 하고 다니면 안 되죠. 오늘도 그녀는 가슴이 보일 정도로 짧은 옷을 입고 왔잖아요. 그게 잘못된 거죠. 평범한 남자에겐 엄청난 유혹 아니겠어요. 그녀가 그렇게 옷을 입지 않았다면 당신이 조사실에 지금 이러고 있지는 않았을 거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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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년 전, 심리학 박사후 연구원인 사울 카신은 배심원들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심리학적 요인들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 오늘날 카신은 거짓 자백 분야의 권위자로 널리 인정받는다. 그는 리드 테크닉이 그 본질상 강압적이라고 평가했다. 조사관이 피의자의 혐의 부인 청취를 거부하는 것은 증거에 대한 가짜 서류철과 거짓말이 더해져 피의자를 절망에 빠지게 한다는 것이다. 이 시점에 피의자들은 단기적 사고방식에 사로잡힌다. 자백만이 이곳을 빠져나갈 수 있게 해줄 것이란 생각이다. 사람들이 거짓 자백을 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 된다.
1990년대 중반, 카신은 거짓 자백을 유도하는 게 얼마나 쉬운지 살펴보기 위한 실험 하나를 고안했다. 두 명의 학생이 컴퓨터 앞에 앉는다. 한 학생은 연구원과 미리 짜고 다른 학생이 타자를 칠 수 있도록 다양한 속도로 한 글자씩 읽어준다. 실험자는 학생들에게 키보드의 알트(Alt) 누르면 컴퓨터에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 누르지 말라고 미리 경고한다. 사실 컴퓨터는 실험 시작 60초 후 멈춰버리도록 프로그래밍 돼 있다. 실험자는 참가자에게 미리 경고한 키를 눌렀냐고 화를 내며 캐묻는다. 그리고 노트에서 종이를 한 장 찢어 (키를 눌렀다고) 시인하는 내용의 글을 휘갈겨 쓴 뒤 서명하라고 요구한다. 이런 조건들은 자백 비율의 기준치를 제공해준다. 이후 리드 테크닉을 활용한 뒤 거짓 자백을 더 유발하는지 살펴보기로 했다.
카신이 75명의 참가자와 실험을 시작했을 때, 4분의 1의 학생들은 겁을 먹고 자백서에 서명했다. 미리 짠 다른 학생이 '알트 키를 누르는 걸 봤다'는 증언을 제시하자 거짓 자백 비율은 두 배 증가했다. 실험자 측 학생이 대상 학생에게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묻자 "나보고 버튼을 잘못 눌렀대"라고 말하기보다는 "내가 버튼을 잘못 눌렀어"라며 자신에게 책임을 돌렸다. 심지어 "손날로 잘못 눌렀다"는 식으로 세부 사항을 꾸며내기도 했다. 그들은 죄책감을 내면화했을 뿐 아니라, 그것을 설명하기 위한 이야기도 만들어낸 것이다. 카신이 이후 실험 내용을 학생들에게 설명한 뒤에도 일부는 "나를 위로하려는 것이잖아요"하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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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가을, 17년 동안 살인 사건 전담 수사관으로 일한 제임스 트래넘을 만나기 위해 워싱턴 D.C.로 향했다. 그는 리드 테크닉을 훈련 받아 오랜 시간 활용했지만, 1994년 한 살인 사건을 수사하면서 리드 테크닉을 의심하게 됐다. 미국의소리(VOA) 직원이었던 로렌스 오코넬 살인 사건을 둘러싼 것이었다. 오코넬은 1994년 2월25일 금요일 퇴근한 직후 실종됐다. 그가 사라진 뒤 누군가 그의 은행카드를 이용해 현금인출기를 사용하려고 했다. 몇 시간 후 그의 신용카드가 한 주류판매점과 편의점, 그리고 30마일 떨어진 중국식당에서 사용됐다. 다음 날, 포박된 채 심하게 두들겨 맞은 상태로 아나코스타이 강변에서 그의 시체가 발견됐다.
... 경찰은 이 여성의 이름이 킴벌리라는 제보를 받았다. 범죄 전력이 있던 이 여성은 워싱턴 D.C.의 쉼터에서 자녀들을 데리고 살았다. 경찰은 그녀를 경찰서로 끌고 갔다. 그리고 이어진 16시간의 신문 끝에 오코넬의 이름으로 신용카드를 도용했다고 자백했다. 필적 감정사들이 영수증에 쓰인 위조된 사인이 그녀의 필적이라고 확인해줬다. 이후 그녀는 다른 두 명의 남자와 오코넬을 만나 어떻게 죽음에 이르게 만들었는지 진술했다. 킴벌리는 1급 살인혐의로 기소됐다.
몇 주 후, 구속된 킴벌리는 자신의 진술을 뒤집었다. 트래넘은 추가 증거를 찾기 위해 나섰다. 그리고 킴벌리가 머물던 쉼터의 출입 기록을 확인했다. 킴벌리가 서명한 기록에 따르면, 그녀는 이 살인 사건에 가담할 수 없었다. 범행 추정 시각에 그녀는 쉼터에 머물고 있었기 때문이다. 모순에 부딪히자 트래넘은 신용카드 영수증을 비밀임무국과 FBI에 넘겼고, 이곳 전문가들은 최초의 필적 감정사의 분석과 반대되는 결론을 내놨다. 쉼터 출입 기록의 서명은 킴벌리의 것이었다. 알리바이가 확인되자 그녀는 풀려났다.
트래넘은 킴벌리의 자백에 어리둥절했다. 신문 과정에서 촬영한 비디오테이프를 다시 살펴봤지만, 어디부터 잘못된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이후 10여 년 동안, 트래넘은 다른 허위자백 사건, 특히 '센트럴파크 5인조 사건' 등을 알게 되면서 다른 관점을 갖게 됐다. 트래넘은 킴벌리의 신문 영상을 보여줬다. 리드 테크닉의 트레이너들이 이상적으로 여길만한 모습이었다.
트래넘은 킴벌리가 웅크리고 앉아 흐느끼자 동정하듯 질문을 던졌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트래넘은 자신이 킴벌리에게 정보를 제공해주고 있다는 걸 발견할 수 있었다. 조사 중에는 그녀의 기억을 환기해주기 위해 신용카드 영수증을 보여줬다. 킴벌리는 그 영수증을 보고 편의점과 중국 식당의 상호를 알 수 있었다. 이 정보를 알게 된 그녀는 트래넘이 받아들일 만한 대답을 하기 위해 추측하기 시작했다. 편의점에서 무엇을 샀는지 묻는 말에 그녀는 "개인용품"이라고 말했다. 식당에서 무엇을 먹었는지 묻자, 그녀는 정답(새우)을 맞힐 때까지 여러 음식 이름을 댔다.
"그녀는 20번 정도 추측을 계속했어요. 하지만 우린 킴벌리가 정답을 말한 두 개의 답만 기억했을 뿐입니다." 트래넘이 말했다. "마치 '스무고개' 같았죠. 모두 단편적인 답이었어요. 그녀는 이야기가 그럴듯해질 때까지 조각난 답을 꺼내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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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웨슬리 피어리라는 남자가 네브래스카주립교도소에서 사망했다. 그의 변호사는 피어리가 낸시 파커를 강간하고 살해했다고 자백했었다고 발표했다. 피어리는 당시에도 용의 선상에 올랐다. 그의 자동차가 범행 당일 피해자 집 근처에 주차된 게 목격됐었고, 경찰에 잠시 연행되기도 했다. 하지만 조사를 받은 뒤 금세 풀려났다. 이후 피어리는 잔혹한 전과를 쌓아갔다. 무장 강도, 임산부 성폭행. 그리고 그를 사형수로 만든 희귀 동전 판매점 주인 살인사건까지. 1978년 피어리는 자신의 변호사에게 자서전 원고를 건넸다. 이 원고에 낸시 파커를 겨냥한 범행이 자세히 기록돼 있었다. 변호사의 비밀유지의무 때문에, 변호사는 피어리가 죽을 때까지 이를 공개하지 못했다. 피어리는 원고를 건네고 10년 뒤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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