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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지난 40년간 매주 평일 같은 시간에 자신이 운영하는 샌드위치 가게 올드 스테이션으로 왔지만, 조 파일러스(69)는 이제 가게에 도착하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가늠조차 안 됐다. 그는 텐트 30여 동이 세워진 인도 옆에 차를 세우고, 호신용 스프레이를 쥔 채 가게 문을 열었다. 입구 위의 표지판은 통로 위에 잘 걸려있었고, 테이블 위에 놓아둔 조화도 아무도 건드리지 않은 모습으로 테이블에 잘 놓여 있었다. 그는 전화기를 들고 사업 파트너이자 아내인 도비 파일러스(60)에게 전화를 걸었다. 

“모두 정상이야.” 그가 말했다. “이상 없어요.” 

“확실해요 여보? 문제없는 거죠?” 그녀가 물었다. “가게 주위는 좀 어때요?” 

그는 창밖으로 매디슨가를 바라봤다. 이곳은 미국 최대의 노숙인 밀집 지역이었다. 1100명 정도가 이 거리에서 노숙했다. 지난 2월 아침, 그는 노숙인 예닐곱 명이 거리에 불을 피우고 모여든 걸 보기도 했다. 한 젊은 여성은 도로 한 가운데 광고 현수막을 덮고 누웠다. 한 남자는 혼자 중얼거리며 조의 가게 쪽으로 걸어오다가 식당 야외 테이블에서 불과 3미터쯤 떨어진 곳에 소변을 눈 적도 있다. 

“그냥 평소 같아. 혼돈과 공포.” 조는 아내에게 말했다. “그래도 가게는 괜찮네.” 

이 부부에게 이런 대화가 매일 아침의 문안 인사가 된 것도 3년이 돼 간다. 같은 기간 피닉스를 비롯한 미국 전역에 노숙자가 넘쳐났다. 서부의 도시들은 주택 위기, 정신건강의 위기, 오피오이드 중독의 대유행 때문에 이전과는 다른 모습으로 바뀌었다. 이런 위기 징후들은 코로나19 대유행을 거치면서 도심 속 자영업자가 운영하는 가게 문 앞까지 밀어닥쳤다. 시애틀에서는 2020년 이후 2300개의 업체들이 도시를 떠났다. 이 모든 일에 지긋지긋해진 캘리포니아주 산타모니카의 소규모 자영업자들은 산책로마다 현수막을 걸었다. “산타 모니카는 안전하지 않습니다. 범죄와 타락으로 길거리는 정신병동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2016년에 비해 노숙자 숫자가 3배나 증가한 피닉스에서는 자영업자들도 사설 경비업체와 계약해 재산을 지키고 있다. 또 변호사도 고용해 시정부가 ‘거대한 인도주의적 위기'를 방지하지 못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파일러스 부부는 다른 자영업자 및 건물주 10여 명과 함께 이 소송에 원고로 참여했다. 이들은 노숙자들이 버리는 생활 쓰레기를  치우기 위해 청소도구를 더 마련해야 했고, 가게 주위에 철제 펜스를 설치했다. 그래도 이들은 여전히 매일 아침 8시면 문을 열고 첫 손님을 맞으며 하루를 시작하려 한다. 

“좋은 아침. 같은 걸로?” 조가 언제나 이탈리안 통밀 샌드위치를 시키는 건설 노동자를 보자 말했다. 

“머리 새로 했나봐. 멋진데.” 몇 분 뒤, 일주일에 세 번은 와서 미트볼 샌드위치를 시키는 시청 직원에게 인사했다. 

데비가 점심 손님이 몰려들기 전 도착해 영업을 돕는다. 그녀는 계산대에서 손님들을 맞고, 그동안 조는 샐러드에 들어갈 토마토소스와 칠면조 고기를 준비했다. 매출 대비 수익이 많지 않아 부부가 매일 직접 일해 인건비를 아낄 수밖에 없었다. 부부는 아이를 갖게 되자 부엌을 개조해 돌봄 공간을 마련했고 케이터링 사업을 확장해 자녀들을 대학까지 보냈다. 인구가 매년 2만5000명씩 늘어나고 물가는 미국의 타지역보다 빠르게 상승하며, 주거비 상승률도 기록적인 상태이지만, 이들은 여전히 자신의 가게를 찾아주는 충성 고객들을 위해 9개의 오리지널 샌드위치를 판매하고 있다. 거리, 텐트, 부서진 자동차 외에는 사람들이 갈 곳이 더 이상 없을 때까지는 말이다. 그리고 사람들은 점점 더 에어컨이 완비된 조의 가게로 모여들고 있었다. 

“대량 주문을 할 거야" 한 여성이 계산대 앞으로 오면서 이야기했다. 그녀는 옷차림에 어울리지 않는 신발을 신고 쓰레기 봉투 안에 자신의 짐들을 넣어 가지고 왔다. “나는 데리 퀸dairy queen(아이스크림 판매점) 주인이야.”

“오 대단하네요. 어디 지점이요?” 데비가 농담하듯 물었다. 

“전부 다.” 여자가 말했다. “나는 여왕 중의 여왕queen of the queen이야.” 

“멋지네요.” 데비는 이렇게 말하며 이 여자를 테이블에 앉히고 메뉴와 물 한 잔을 건넸다. 그리고 여자가 쓰레기 봉지에 들어있는 물건을 테이블 위에 비우는 모습을 지켜봤다. 돌맹이, 기한이 지난 버스 티켓, 자전거 타이어, 옷가지, 베터리 17개, 주사기 몇 개와 손전등이 나왔다. “주문, 하시겠어요?” 데비가 물었다. 

“내가 여기 온 이유를 몰라?” 그 여자는 말했다. 갑자기 테이블을 주먹으로 내리쳤다. “우습게 보지 마. 왕은 대가를 원한다고.”

데비는 여자의 컵에 물을 다시 채워주고는 계산대 뒤로 가 조를 찾았다. 지난 몇 달 동안, 데비는 복통과 스트레스로 인한 두통을 안고 일해왔다. 그리고 남편에게 더 이상 일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가게를 팔더라도, 남편 없이 피닉스를 얼마간 떠나있게 되더라도 말이다. 그녀는 피닉스 인근 프레스콧의 부동산을 보러 다녔다. 피닉스에서 160킬로미터쯤 떨어진 애리조나주 중서부의 조용한 마을이다. 매주 거리에선 미술 전시가 열리고, 인근에 산과 호수가 있어 공기가 맑다. 

“저 여자 좀 어떻게 해봐요.” 그녀가 남편에게 물었다. “계속 이럴 수는 없어요. 매번 저렇게 하잖아요.” 

조가 아내에게 손을 뻗었다. “좀 나아질 거야. 이리 와요.” 조가 말했다. 하지만 밖에서 그 여자가 물건들을 바닥에 집어 던지는 소리가 났다. 

“왕은 그에 걸맞는 대우가 필요하다니까!” 여자가 소리쳤다. 

“미안해요. 이제 나가주세요.” 데비가 여자에게 말했다. 

“이 도둑들! 너흰 악마들이야!” 여자가 말했다. 

“제발요.” 데비가 말했다. “여긴 우리 가게에요. 그저 점심 장사를 하고 있다고요.” 

-A Sandwich Shop, a Tent City and an American Crisis, By Eli Saslow, The New York Times, March 19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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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는 다음 날 아침 출근해 도로에 떨어져 있는 마약을 담았던 약 봉투와 인도 위에 널려있는 생활 쓰레기를 보았다. 사나운 핏불테리어 한 마리가 거리를 배회했고, 피 묻은 냅킨이 그의 가게 야외 테이블로 날아들었다. 조와 데비는 가게를 옮길 만한 곳을 알아보기 위해 부동산 중개인과 만나기로 돼 있었다. 데비는 언제든 가게를 그만두고 떠날 준비가 됐다는 뜻을 넌지시 내비쳤다. 조는 아내 없이 가게를 운영하고 싶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빈손으로 도망치고 싶지도 않았다. 부부는 지난 몇 달간 사업을 매각하고 은퇴하자는 절충안을 고민해왔다. 

“연락이 좀 오나요?” 조가 중개인 마이크 가이다에게 물었다. 

“네 전화는 매주 옵니다.” 마이크가 말했다. 그에 따르면 25명 정도가 가게 인수에 흥미를 보이며 가격을 문의했다. 이들은 조의 샌드위치 가게가 가족들이 탄탄하게 운영해온 좋은 매장이면서도 16만5000달러라는 합리적인 가격에 나온 매물이란 걸 인정하고 있었다. 하지만 마이크가 가게 주변의 노숙인 텐트를 언급하면 대부분 질색했고, 10여 명 정도는 직접 이곳에 와서 몰래 가게를 둘러보고 갔다. “대부분 다시는 연락이 안 됩니다.” 마이크가 말했다. “그들에게 다시 연락이 닿으면 이런 반응을 보이죠. ‘거기서 계속 장사하는 분들에게 신의 가호가 있기를 빌게요. 저는 못 할 것 같아요.’”

“수명이 몇 년은 줄어든 것 같네요.” 데비가 말했다. 

“아내는 ‘날 좀 내보내 줘. 반드시 팔려야 한단 말이야’ 같이 말하곤 해요.” 조가 말했다. “8년 전에 누군가 이 가게를 인수하고 싶다면서 25만 달러를 제안했지만 거절했어요. 그리고 계속 가격이 내려가고 있죠. 그냥 이 가게를 헐값에 포기하고 싶지는 않아요. 그럴 여유가 없습니다.”

“알겠습니다.” 마이크가 말했다. “아마 이 가게가 어느 방향이든 0.5마일만 떨어진 곳에 있었다면 백만 달러는 받았을 거예요. 하지만 이 자리라면 어떻게 처분할 지 문제네요.”

조는 그 말을 듣고 잠시 말없이 앞치마 주름을 매만졌다. 

A Sandwich Shop, a Tent City and an American Crisis, By Eli Saslow, The New York Times, March 19 2023 

-이 기사의 마지막 부분도 함께 보겠습니다. 마찬가지로 조가 출근하는 장면으로 시작됩니다. 이 기사에 조가 아침에 출근하는 모습이 여러 번 등장합니다. 이 기사는 조가 아침에 자신의 가게로 출근하는 장면이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조의 일상이 갑작스럽게 달라졌다는 것을 보여주기에 적절하기 때문이죠. .

-이렇게 같은 장면이 반복되는 것을 중요성을 강조하는 효과를 줍니다. 또 기사의 도입과 결말까지 비슷한 장면이 자리잡음으로서 ‘수미쌍관'의 구조를 띠고 있다고 할 수 있겠죠. 단순히 사건을 나열하는 게 아니라 치밀하게 구조를 잡아두고 이야기를 진행하기 때문에 모든 사건이 연결돼 있다는 것을 표현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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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는 다음 날 이른 아침 출근하면서 길 건너편에서 울린 총성을 들었다. 총알이 펜스에 맞아 튀었다. 그는 가게 안으로 급히 들어가 문을 잠갔다. 몸을 창문 아래로 숙이고 경찰에 전화했다. “네 또 접니다. 올드스테이션의 조입니다.” 그가 말했다. 몇 분 뒤 경찰관 두 명이 와 동트기 전 어둠 속에서 가게 주위를 플래시로 비춰가며 총알을 수색했다. 

그는 손을 찬물에 씻고 앞치마로 갈아입은 뒤 오늘 해야 할 일에 집중하려 했다. “신선한 과일!” 그는 매장 칠판에 이렇게 적어두고 컵에 과일을 담아 준비했다. 일을 하면서 그는 창문 밖으로 노숙인들이 평소와 다름없이 아침을 맞는 모습을 보았다. 에스피는 텐트 앞의 작은 테이블 펴기 시작했고, 킵은 텐트 밖으로 나와 창문 닦는 장대를 조립했다. 경찰차가 인근을 돌다가 아무도 체포하지 않고 사라졌다. K.D.는 반려견 핏불테리어를 데리고 나와 산책하면서 공중에 팔을 흔들며 어젯밤 있었던 일을 소리쳐 말했다. 

“당신들이 날 화나게 한 거야.” 그가 외치는 소리가 토마토소스를 젓는 조에게 들렸다. 

“9밀리 총을 가지고 덤비면 나는 45구경을 꺼낼 거라고!” K.D.가 다시 소리쳤다. 조는 칠면조고기 무게를 쟀다. 

“다음번에는 경고 사격도 없을 거야!” K.D.가 소리쳤다. 조가 오전 첫 손님을 받기 위해 가게 문을 열었다. 시계를 보니 오전 8시였다. 데비는 이 시간이면 막 잠에서 깨 출근 준비를 하고 있을 테다. 그리고 곧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가게로 와 점심 영업을 함께 할 테지. 

“도대체 아내에게 뭐라고 둘러대야 할까요.” 조가 말했다. 그리고 머릿속으로 변명거리를 생각해보았다. 총알은 한발 뿐이었어. 아무도 안 맞았어. 경찰이 바로 오더라고. 우리 가게를 노리고 쏜 게 아니야. 마구잡이로 총을 쏜 것 같아. 어디를 가든 이런 일이 없을 것 같아? 

조는 미트볼 위에 토마토소스를 붓고 바람을 쐬러 밖으로 나왔다. K.D.는 여전히 인도에서 고함을 지르며 펜스를 손으로 치다가 손가락을 총 모양으로 한 뒤 하늘을 향해 계속 방아쇠 당기는 시늉을 했다. 

“아내에겐 결정타가 될 것 같아요.” 조가 말했다. 데비가 탄 차가 주차장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K.D. 옆을 지나쳐 입구로 지나 차를 급히 세웠다. 

“힘든 아침이었죠?” 그녀가 물었다. 

조는 아내를 데리고 가게 안으로 들어와 적절한 말을 떠올리려고 애썼다. 총성은 단 한 번 울렸다. 그의 식당은 아직 건재했다. 부부가 올드스테이션을 함께 운영한 건 올해로 37년째다. 어쩌면 얼마 동안은 더 가게를 운영할지 모른다. 조는 아내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그리고 유일한 진실이라고 느껴지는 말을 꺼냈다. 

“모든 게 다 최악이야.” 그가 말했다. “이제 인정할게. 괜찮아. 당신이 맞았어.” 

A Sandwich Shop, a Tent City and an American Crisis, By Eli Saslow, The New York Times, March 19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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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가 만약 소설이었다면 이들이 겪은 갈등은 어떤 식으로든 최종적으로 해소됐을 것입니다. 가게를 떠나거나, 노숙인들이 떠나거나. 하지만 이 기사는 무력감을 느끼는 주인공의 갈등이 어떻게 해소되는지 말해주지 않습니다. 결말 대신 여운만 남긴 채 마무리됩니다. 소설이 아니기 때문이겠죠. 현실 속의 이야기이니 진짜 결말은 독자의 관심, 그리고 정부의 개입을 통해 해결되어야 합니다. 해결을 이끄는 것이 이 르포 기사를 쓴 이유일 테니까요.

-오늘 소개한 르포 기사의 구조는 미국의 언론에서 주로 사용되는 전형적인 형식이라고 생각됩니다. 심각한 문제를 겪는 한 개인의 이야기를 깊이 소개하면서, 한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라 모두의 문제라는 것을 설득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치밀하게 구조를 세워 이야기를 전개해갑니다. 주변 상황과 인물, 다른 사례, 통계 등의 객관적 자료들을 조금씩 가미합니다. 몰입해서 글을 읽게 해주면서도 한 사람의 예외적인 경험이 아니란 것을 보여주기에 적절한 구조입니다. 이렇게 이야기를 좀 더 잘 드러나게 하는 것이 구조가 갖는 힘입니다. 이야기 자체가 구조인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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