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1E9] 논픽션의 탈을 쓴 거짓 이야기의 종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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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포스트>에 1980년 9월28일 보도된 '지미의 세계'. 이 기사를 쓴 재닛 쿳 기자는 이듬해 퓰리처상을 받지만, 조작된 기사라는 것이 밝혀져 상을 반납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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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러티브 저널리즘 혹은 논픽션 글쓰기에 대해 고민하다 보면 윤리적인 문제와 마주하게 됩니다. 내러티브 저널리즘을 정의할 때 주로 이야기되는 것이 ‘픽션의 기법을 이용해 논픽션을 다루는 것’인데, 어느 순간 논픽션의 영역에 픽션이 침범하게 됩니다.
-기사를 좀 흥미롭게 하기 위해서 다양한 요소가 작용합니다. 소재, 장면, 인물, 액션, 대화, 구조 같은 것들이죠. 그런데 이런 요소들을 제대로 취재할 수 없는 상황에서 ‘윤리’라는 질문과 마주하게 되는 것입니다.
-재밌는 에피소드가 없을 때, 적절한 대화나 대사를 확인할 수 없을 때, 취재하고자 하는 주제의 인물을 취재할 수 없을 때. ‘조금 지어내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솟아오르는게 인지상정입니다.
-극적인 상황을 묘사하려는 욕심이 커졌을 때 그 유혹을 이겨내지 못하는 일도 흔합니다. 오늘 소개할 것도 그 유혹을 이겨내지 못해 제대로 꿈을 펼쳐보지 못한 한 기자의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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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미는 금빛 머리카락에 갈색 눈동자를 지닌 조숙한 여덟 살 소년이었다. 지미는 3대째 이어진 헤로인 중독자다. 아기처럼 부드러운 가느다란 팔에는 주사 자국이 주근깨처럼 나 있었다.
지미는 편안하게 꾸며진 워싱턴 남동부의 집 거실에 있는 커다란 베이지색 안락의자에 몸을 파묻었다. 지미는 작고 동그란 아기 천사 같은 얼굴로 옷, 돈, 야구팀 볼티모어 오리올스 그리고 헤로인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다섯 살 때 헤로인을 접했다.
지미는 두 손을 머리 뒤로 깍지 껴 받친 채 앉았고, 화려한 운동화를 신었다. 가로줄이 새겨진 티셔츠는 그의 옷걸이처럼 마른 몸에 걸쳐 있었다. “나쁘지 않죠?” 그는 최근 방문한 기자에게 자랑하듯 말했다. “이런 거 여섯 벌이나 샀어요.”
지미의 세계는 강력한 마약, 흥청망청 쓰는 돈, 그리고 이 둘을 통해 가 닿을 수 있다고 믿는 행복한 삶으로 이뤄졌다. 매일 그의 집 거실은 지미의 엄마와 동거하는 론에게 헤로인을 사러 오는 마약 중독자들로 가득했다. 이들은 부엌에서 (헤로인을) 제조하고 방에서 투약했다. 그리고 론이나 다른 누군가가 지미의 앙상한 팔에 헤로인을 찔러넣는다. 초등학교 4학년인 지미는 최면에 걸린 듯 약에 취해 고개를 끄덕거렸다.
지미는 학교보다는 이런 분위기를 더 좋아한다. “저는 좋은 차를 타고 좋은 옷을 입고 좋은 곳에 살고 싶어요.” 지미가 말했다. 학교에서 도움이 되는 것은 딱 한 과목 뿐이다. “저는 수학에 관심이 많아요. 왜냐하면 뭐라도 팔 수 있는 때가 오면 수학을 잘해야 하니까요.”
지미는 마약을 팔고 싶어 했다. 이 구역에서 가장 험악한 콘돈테라스거리에서 말이다. 언젠가는 헤로인을 팔 날도 올 것이다. “우리 론처럼요.” 지미가 말했다.
최근 남부에서 올라온 론(27)은 지미를 마약의 세계로 처음 이끈 사람이다. “걔가 계속 물어봤어요. 마약이 뭔지, 사람들은 뭘 하는지. 그러다 어느날 ‘나도 언제 해볼 수 있어?’ 하고 물어보던데요?” 론이 약에 취한 채 벽에 기대 말했다. 그의 눈은 반쯤 감겨 있었지만 눈빛은 날카로웠다. “그래서 내가 ‘음…지금도 맛은 좀 볼 수 있지’라고 했어요. 그래서 연기를 좀 맡아보라고 주니까, 이 애새끼가 진짜 가버린거예요."
6개월 후 지미는 약에 푹 빠져버렸다. “그 느낌이 뭐랄까, 밑으로 쑥 내려가는 것 같아요.” 그가 말했다. “어떤 느낌인지 제대로 표현이 안 돼요. (기자에게) 한 번도 안 해봤어요? 놀이공원에서 롤러코스터 타는 거랑 비슷해요. 놀이기구를 하루 종일 타는 것 같죠.”
“이게 대마랑 달라요. 대마는 애들이나 하는 거죠. 여기선 아무도 대마는 안 펴요. 지금은 구할 수도 없을걸요.”
지미의 엄마 안드레아는 아들의 취미를 어쩔 수 없는 현실로 받아들였다. 안드레아는 아들에게 주사를 놓아주지도 않고, 다른 사람이 아들에게 주사를 놔주는 것도 좋아하지 않지만 말이다.
“지미가 약을 하는 모습은 정말 보기 싫죠.” 그녀가 말했다. “그래도 아시잖아요. 지미도 언제가는 약에 손을 댈 거예요. 모두가 그래요. 이런 빈민가에서 살면요. 모든 게 생존의 문제예요. 지미가 나이가 들어 이 모든 것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그건 스스로 해결해야 할 문제죠. 그래도 요즘이 예전보다는 조금 나아졌다고 할 수 있어요. 마약과 흑인은 오랫동안 함께 해 왔으니까요.”
-Jimmy’s World, By Janet Cooke, Sept 28 1980, The Washington Pos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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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워싱턴포스트>는 워터게이트 보도의 영광을 이어가려고 분투 중이었습니다. 워터게이트 보도를 이끈 밥 우드워드 기자가 수도권 담당 편집부국장(assistant managing editor-Metro)을 맡고 있을 때였죠.
-그 무렵 지방 매체에서 이직해온 지 얼마 안 된 신참 재닛 쿡 기자가 취재한 이 기사는 그야말로 충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었습니다. 마약 중독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겠지만, 여덟 살 소년이 헤로인 중독자가 된 모습은 상상하기 어려웠을 테니까요.
-쿡 기자는 특종을 보도해 이름을 떨치려는 야심 찬 젊은 기자였습니다. 그녀는 1979년 7월, 스물다섯 살 생일 열흘쯤 전에 그 유명한 <워싱턴포스트> 편집인 밴 브래들리에게 편지를 보냈습니다. 쿡은 오하이오주 톨레도의 지역 신문 <톨레도 블레이드>의 기자로 일하고 있었죠. 더 큰 도시의 메이저 신문에서 일할 준비가 되었으니 채용해달라는 편지였습니다. 그녀는 명문대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다는 내용이 담긴 이력서와 그동안 써온 기사를 첨부했습니다. 브래들리는 그녀의 졸업 이력을 눈 여겨 보았고, 그녀는 여러 면접을 거쳐 결국 채용됐습니다.
-‘지미의 세계’를 다룬 그녀의 기사는 그녀가 입사한 뒤 9개월 정도 지나 보도된 것입니다. <워싱턴포스트>로 옮기고 그동안 쓴 기사는 52건이었죠. 길지 않은 시간 동안 그녀는 주말판 등에서 일하며 인정받기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 결과 밝은 인성과 글솜씨로 동료들의 신뢰를 얻었습니다. ‘지미의 세계’는 그런 그녀의 능력이 십분 발휘된 기사로 여겨졌습니다.
-’지미의 세계’라는 제목으로 보도된 이 기사의 파장은 어마어마했다고 합니다. 여덟살 소년이 마약 중독자가 될 때까지 손 놓고 있던 당국의 무능이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이 소년에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은 관계 기관은 물론 이를 보도하기만 한 <워싱턴포스트>에도 비난이 쏟아졌습니다. <워싱턴포스트>는 취재원 보호를 위해 신원을 알릴 수 없다고 했죠. 대단한 보도였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하지 않았고, 곳곳에서 대책이 쏟아졌습니다.
-이 기사는 결국 1981년 4월 극찬을 받으며 퓰리처상을 받게 됩니다. 문제가 드러나게 된 것은 이 직후였습니다. 당시 그녀의 직장 동료이자 잠시 교제했던 마이크 세이저 기자가 <컬럼비아 저널리즘 리뷰>에 쓴 기사에 당시 상황이 잘 드러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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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 출신 기자의 퓰리처상 수상이 자랑스러웠던 <톨레도 블레이드>는 급히 알림 기사를 준비했다. 오전 8시에 이 기사가 나갔다. 워싱턴포스트의 옴부즈맨 빌 그린이 진행한 강도 높은 진상조사에 따르면, 첫 기사를 보낸 이후 <블레이드>의 에디터들은 퓰리처상 수상자들의 약력을 소개한 AP통신의 기사를 보고 있었다.
이 기사는 후보자들이 제출한 이력서로 쓰인 것이다. 그런데 <블레이드>가 보관하고 있던 쿡 기자의 인사기록과는 차이가 있었다. 워싱턴포스트가 이후 조사한 바에 따르면, 그녀가 퓰리처위원회에 제출한 이력에는 쿡 기자가 (뉴욕의 명문대) 배서 칼리지(Vassar College)에서 ‘마그나 쿰 라우데’ (최우수)로 졸업했고, 톨레도 대학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고 돼 있었다. 하지만 <블레이드>가 갖고 있는 인사 기록을 보면, 그녀는 배서 칼리지에 1학년만 보낸 뒤 톨레도 대학에서 학사 학위를 받았을 뿐이었다. <블레이드>의 에디터들은 AP통신에 주의를 줬다.
오후 3시가 조금 지났을 때부터, 편집인 밴 브래들리와 편집국장 하워드 사이먼에게 전화가 걸려 왔다. 한 AP통신 에디터는 사이먼스와 통화하고자 했고, 배서 칼리지의 총장 비서는 브래들리와 통화하길 원했다. 둘 다 쿡 기자의 이력에 관해 물으려는 것이었다.
“쿡을 데려와.” 브래들리는 이렇게 지시했다.
거의 11시간 동안, 쿡 기자는 브래들리와 우드워드, 사이먼스 등에게 번갈아 가며 심문과 회유, 위로, 압박을 받았다. 워싱턴포스트의 사무실과 회의실, 인근 호텔의 바는 물론, 지미의 집을 찾아 워싱턴 DC 남동부를 돌아다니는 담당 데스크의 차 안에서 이어졌다.
새벽 1시 45분, 드디어 쿡 기자가 실토했다. “지미 같은 얘는 없어요. 그의 가족도 없고요.” “다 지어낸 얘기에요. (퓰리처)상은 반납할게요.”
워싱턴포스트는 수치스럽게도 퓰리처상을 반환해야 했다.
“그 순간 워싱턴포스트는 근본적으로 달라졌습니다.” 워싱턴포스트의 발행인이자 2013년 아마존의 제프 베저스에게 매각하기 전까지 80년 동안 워싱턴포스트를 소유해 온 그레이엄 가문의 후손 도널드 E 그레이엄의 말이다.
-The fabulist who changed journalism, By Mike Sager, Jun 1 2016, Columbia Journalism Review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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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조사를 통해 밝혀진 내용은 이렇습니다. 쿡 기자는 한 사회활동가로부터 우연히 여덟 살짜리 헤로인 중독자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쿡 기자는 이 소년을 찾기 위해 몇 주 동안 사방팔방 찾았지만 찾을 수 없었습니다. 압박과 불안에 시달리던 그녀에게 마침 한 데스크가 익명 보도도 가능하다고 조언했다고 합니다.
-추측하기로는 당사자 설득이 어려울 수 있으니, 당사자를 찾으면 잘 설득해 보라는 취지였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녀는 전혀 다른 해답을 찾아냅니다. 어차피 익명으로 쓸 기사, 이야기를 모두 지어내면 된다는 것이죠. 그녀는 그렇게 결심한 날 자정 무렵 남자친구인 마이크 세이저 기자에게 연락합니다. “그 애를 찾았어. 이름이 타이론이래.” 남자친구에게도 거짓을 꾸며댄 것이죠.
-이 지미의 세계는 저널리즘의 윤리를 다룰 때 항상 거론되는 사례입니다. 사실 이렇게까지 사건을 처음부터 만들어 내는 일이 흔한 것은 아닐 것입니다.
-또 다른 기사의 도입부를 보겠습니다. <뉴욕타임스>와 지방지 <샌안토니오 익스프레스 뉴스>의 기사 두 편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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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아니타 아귀아노가 자랑스럽게 줄무늬 소파와 빨간색 케이스에 담긴 팔찌, 테라스에 놓인 가구를 가리켰다. 그녀는 자랑스럽게 천장에 달린 선풍기, 어머니의날 선물로 받은 조명, 지난 크리스마스에 배달된 오디오장은 물론 집안 곳곳 자리한 외동아들의 선물을 보여줬다. 그녀의 아들 에드워드(24)는 육군 정비병이었다.
그녀는 아들이 엄마에게 보답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녀는 황량한 텍사스 남부에서 교사 보조로 일하며 받은 월급으로 에드워드와 두 딸을 홀로 키웠다. 힘든 시절을 이야기하는 게 그리 어렵지 않다고 그녀는 말했다. 그녀의 아들이 실종됐다는 사실을 이야기하는 것보다는 말이다.
-Aftereffects : The Missing, By Jayson Blair, Apr 26 2003, The New York 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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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아니타 아귀아노는 24살인 아들이 "이라크 어딘가에서" 실종되었다는 소식을 들은 후의 기분을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었다. 싱글맘이자 교사 보조로 일하는 그녀는 작은 거실에 천장에 달린 선풍기를 가리켰다. 그녀는 줄무늬 소파와 아직 빨간색 벨벳 케이스에 담긴 팔찌, 그리고 테라스에 설치한 가구도 가리켰다. 모두 그녀가 처음 출산한 하나뿐인 아들이 선물해준 것이다. 아들은 언제나 일손을 돕는 집안의 유일한 남자였다.
“아들이 ‘엄마와 동생을 도와야만 해’ 같은 생각을 해온 것 같아요.” 45세인 아귀아노가 말했다. “아들은 제게 어떤 의무감을 갖고 있었습니다. 저도 아들을 정말 의지했어요. 이 아파트에서 제가 산 게 없어요. 여기 보이는 것들 다 아들이 사준 거예요. 어머니의날에는 조명도 선물해 줬어요. 크리스마스에는 오디오장도 사줬고요.”
국방부에 따르면, 제3보병사단 지원대대 소속 장갑차 정비병인 에드워드 존 아귀아노 육국 병장은 이라크에서 실종된 3명의 병사 중 한 명이다.
- Valley mom awaits news of MIA son, By Macarena Hernandez, Apr 18 2003, San Antonio Express 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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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두 편의 기사는 이라크 전쟁 중 실종된 아들의 소식을 기다리는 싱글맘 후아니타 아귀아노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똑같은 기사입니다. 위의 <뉴욕타임스> 기사가 아래의 기사를 베낀 표절한 것입니다. 이 기사를 쓴 제이슨 블레어 기자는 표절이 적발돼 퇴사했고, <뉴욕타임스>는 독자의 신뢰를 잃었습니다.
-이런 일을 벌인 기자들은 어쩌면 들키지 않을 것이란 확신이 있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흥미롭고 극적인 기사를 쓰기 위해 있지도 않은 일을 꾸며내거나, 다른 사람의 기사를 허락 없이 베끼는 일은 누가 보아도 윤리적이지 않습니다.
-사실 대부분의 기자나 작가가 이런 윤리적인 문제와 마주할 것입니다. 기사를 통채로 지어내지 않더라도, 중소규모 매체의 기사를 허락 없이 표절하거나, 하지 않은 말을 그럴듯하게 지어내는 일은 비일비재하게 벌어진다고 생각됩니다. “진실에서 아주 살짝만 발을 떼도 극적 효과, 명쾌함, 문체가 엄청나게 달라”지기 때문이죠. (<퓰리처 글쓰기 수업> 중)
-논픽션에는 픽션의 기법, 즉 소설적인 요소가 가미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픽션의 기법은 사실을 풀어내는 방식을 말하는 것이지, 사실이 아닌 것을 지어낸다는 뜻은 아닙니다. 전체 혹은 일부를 소설처럼 지어낸다면 사실이 아닙니다. 이런 방식으로 글을 쓰는 이들도 나름의 기준과 근거를 가지고 지어냈을 것입니다. 그런데 사실이 아닌 것을 지어냈다면 그것을 논픽션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논픽션에서는 사실만으로 재미있게 써내는 것이 실력입니다.
-논픽션 교과서로 꼽히는 <퓰리처 글쓰기 수업>(Story Craft)의 저자 잭 하트(미국 <오레고니언>의 편집자이자 퓰리처 심사위원)는 이 책의 마지막 장에 ‘윤리 의식’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그는 “100퍼센트 (세상을) 정확하게 그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어떤 사실을 모든 이가 똑같이 이야기할 리 만무하다. 가능한 리얼리티에 가깝게 그리는 것만이 유일한 윤리적 방책이다”라고 합니다. 사실만으로 이야기를 쓰는 것의 한계를 인정하는 듯 들립니다.
-하지만 잭 하트는 이렇게도 이야기합니다. “발단부터 대단원까지 모든 것이 완벽하게 갖춰진 이야기를 쓰고 싶은데 재료가 그렇지 못할 때 정직한 기자라면 사실을 회피하지 않고 자신의 글에 픽션이라는 꼬리표를 단다. (…) 아무리 악마가 속삭여도 논픽션 형식에 픽션의 상상력을 섞으면 안 된다.” 재미있는 이야기와 사실을 다루는 저널리즘 사이에서 타협해선 안 될 부분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야기 논픽션 글쓰기 기법에 대해 소개한 ‘코끼리의 번역 노트' 시즌1은 10회를 끝으로 마무리합니다. 내용과 형식을 보강해 새로운 주제로 조만간 찾아 뵙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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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픽션 책 소개
<기자와 살인자> - 재닛 맬컴 (이숲, 2015)
-1970년 2월 미 군의관이던 제프리 맥도널드는 임신한 아내와 어린 두 딸을 살해한 혐의로 재판받게 됩니다. 한 차례 무죄가 선고된 뒤 다시 재판을 기다리던 그는 자신의 편에서 책을 써줄 사람을 찾았고, 논픽션 작가 조 맥기니스를 만나게 됩니다.
-맥기니스는 닉슨 대통령의 선거 캠프에 잠입해 캠프의 홍보 전술을 폭로한 책을 써 이름을 알렸습니다. 맥기니스는 맥도널드의 변호인들과 함께 회의하고 대응을 논의했고, 맥도널드와 함께 휴가를 보내는 등 친구처럼 지냅니다.
-이어진 재판에서 맥도널드에게 유죄가 선고되죠. 맥기니스는 맥도널드를 위로합니다. 하지만 이후 출판된 책에서 맥기니스는 맥도널드를 사이코패스 살인마처럼 묘사합니다. 친구라고 믿었던 맥기니스의 배신에 맥도널드는 소송을 제기합니다. 결국 맥기니스는 이 책으로 번 돈을 맥도널드에게 배상하는 방향으로 마무리됩니다.
-<뉴요커>의 기자 재닛 맬컴은 맥기니스와 맥도널드 사이에 벌어진 소송을 취재하며 저널리즘의 윤리를 이야기합니다. 상대방의 믿음을 사 자신의 본심을 감추는 것도 비윤리적인 것은 아닐까. 취재에 나서는 기자의 태도 역시 진실돼야 하는 것은 아닐까. 윤리적인 취재와 저술은 무엇인지 작가는 질문을 남깁니다.
-이 책은 1989년 3월 <뉴요커>에 보도된 기사를 모은 것입니다. 이 기사의 부제는 ‘저널리즘이란 무엇을 위한 것인가’(What is journalism for?)입니다. 그리고 첫 문장이 이렇게 시작합니다. "기자라면 누구나, 너무 멍청하거나 오만해서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는 사람이 아니라면, 자기가 하는 일이 도덕적으로 용납될 수 없음을 안다." 앞에 소개한 기사 ‘지미의 세계’ 사건과 같이 음미해 볼만 하다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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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의 번역 노트>는 '다시 읽고 싶은 긴-이야기 코끼리'가 엄선한 해외의 내러티브 논픽션을 소개하는 콘텐츠입니다. 곳곳에 숨은 이야기를 찾는 이들과 영감을 나눕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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